어제의 리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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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말.

 

산책을 하다가 넓은 놀이터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70-80년대의 소박한 놀이터를 이용했던 나는 21세기의 거창하고 화려한 놀이터를 보면 왠지 샘이 난다.

 

 

지금의 나는 물론 그렇지 않지만 70-80년대의 나라면 저런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밤새도록 놀 수 있을 것이다.

 

내 안 어딘가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어린 나는,

 

이런 놀이터를 볼 때마다 눈을 뜨고 깨어나서는

 

육체를 박차고 나가서 놀이터를 향해 달려간다.

 


 

이날도 뉴저지 페어뷰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이날 읽은 것은 네고로 히데유키의 호르몬 밸런스.

 

"하버드 의대가 밝혀낸 젊고 건강한 사람의 비밀"이라고 표지 제목 위에 적혀 있다. 

 

 

아래는 YES24에서 퍼온 책 소개 일부다.

 

 

이런 책은 읽은지 몇 년이 지나면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좋은 책인지 아닌지만 기억이 난다.

 

좋은 책이었다. 읽는 동안 흥미로웠다.

 

건강 관리에 대해 반성하게 되면서 생활 습관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쉽게도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20대 때만 해도 이런 책을 읽으면 엄청난 영향을 받아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바꾸곤 했는데 나이가 드니 머리로 이해만 할 뿐, 실행에는 잘 옮기지 않게 된다.

 

문득 70 넘은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는 운동 좀 하라고 하면 만사 귀찮아 하신다. 나는 그 나이가 되려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만사가 귀찮다. 

 


 

2017년 3월 초.

 

맛있고 탱탱한 블루베리를 먹었다.

 

블루베리는 달고 맛있다. 이렇게 달고 맛있으면서 건강에 좋다니 왠지 거짓말 같다. 

 

수상한 블루베리

 


 

언덕길에서 산책을 했는데 전봇대 위에 새집이 보였다.

 

 

폰 카메라 줌을 당겨서 보니 새들이 초록색 앵무새였다. 신기하게도 뉴욕과 뉴저지엔 이런 야생 앵무새들이 살고 있다. 철새가 아닌지 겨울에도 보이는데 그 추운 미동부의 겨울을 어떻게 넘기는지 늘 의문이다. 

 

 


 

3월 중순.

 

설마 또 눈이 올까 했는데 또 눈이 와버렸다. 3월이 되어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미동부의 날씨다.

 

 

가족과 함께 삽질을 해서 눈을 치웠다. 빨리 치우지 않으면 눈이 딱딱해져서 차가 나갈 수가 없다.

 

눈을 치우는 건 정말 귀찮고 싫은 일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 치우고 나면 무척이나 뿌듯하다. 심지어 다음날 느껴지는 온몸의 근육통은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기까지 하다.

 

그래도 역시 눈을 치우는 건 괴로운 일이다. 3월까지 내리다니 정말 지긋지긋한 눈. 아침에 일어나서 눈이 산더미처럼 쌓인 걸 보면 너무 싫어서 매번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한국에 오니 눈을 만나게 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좋다.

 

하얀 겨울이 전혀 그립지 않다. 눈이라면 결정 한 알조차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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