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말.
서쪽 방향으로 쭉쭉 나아가며 걷기 운동을 했다. 눈이 녹으면서 땅은 젖고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을 것만 같은 날이었다.
굽어 있는 KINGSLAND 표지판. 그냥 킹스랜드라고 하니 어감이 좋아서 이 길을 좋아하게 되었다.
계속 걷다가 가족과 "할매 칼국수"라는 식당에서 만나서 밥을 먹었다.
떡볶이, 칼국수 등 여러 메뉴가 있는 식당이다. 이런 걸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뉴욕이나 뉴저지는 한국보다 오히려 더 맛있게 하는 곳이 많다. (입맛의 차이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여기도 음식 맛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는 음식이 달고 짜고 맵게 자극적일 때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그에 비해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일단 많이 덜 달기 때문에 먹으면서 마음이 편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지락 칼국수. 난 조개 종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위 사진에 있는 버섯 칼국수를 먹었다. 심심하면서 푸근한 맛이었다.
미쯔와에 가서 곤약 누들을 사 왔다. 이걸 라면에 넣어먹거나 이대로 초장이나 간장에 먹으면 포만감이 확실하게 느껴지면서 다이어트가 된다.
일단 이론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내 경우엔 이걸 먹어서 안심이 되는 만큼 더 많은 간식을 먹는 바람에 딱히 체중이 줄지는 않았다.
곤약 누들만 사고 끝냈어야 했는데 오방야끼를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 미쯔와에서 파는 오방야끼와 타이야끼(붕어빵)는 매번 깜짝 놀라게 될 정도로 맛있다. 특히 타이야끼의 고소하고 바삭한 꼬리 부분, 그걸 베어 무는 순간은 아무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
허드슨 강변을 걸었다. 깨끗해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별로 그렇지 않다.
캐나다기러기를 비롯한 온갖 야생조류의 똥이 여기저기 지뢰처럼 깔려 있는 길이다. 건조한 날이면 똥가루가, 이렇게 젖은 날이면 똥국물이 신발 어딘가에 묻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일이 신경 쓸 수는 없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걸 절대 밟지 않겠다는 건 다른 사람의 숨에서 나온 공기를 절대 마시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어느 나라 어디선가 조류독감이 퍼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신경이 쓰일 때도 있긴 했다. 그래도 다행히 새똥이 많은 곳을 자주 다닌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높이 솟아 있는 망은 골프 연습장이다. 저기서는 사람들이 늘 골프대를 휘두르고 있다.
골프 잘 치는 사람을 보면 언제나 부럽다. 당구 잘 치는 사람도 부럽다.
난 공을 구멍에 넣는 것에는 소질이 없다. 공을 던지는 것에는 조금 소질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깨가 약해져서 그런 건 하면 안 될 것 같다. 별로 하고 싶지도 않다.
늙으니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진다. 다행히 그런 상태가 나쁘지만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지런하게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머리를 꾸미고, 외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밤이 되면 즐겁게 술을 마시며 놀고... 옛날엔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매일 같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만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느긋하게 뒹굴거리는 삶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