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출근을 못하고 있다가 최근 다시 출근하게 되었다. 뉴욕 분위기가 이제 좀 괜찮아진 건가 했는데 밤 7시만 되어도 사람이 너무 없어서 무섭다고 한다.
내가 궁금해하니 친구가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 주변을 찍어서 보내 주었다. 멀찍이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이 보인다. 항상 복잡하던 곳이 사람이 없어서 휑한데 비까지 와서 분위기가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위 사진은 며칠 전, 아래는 어제 받은 사진들이다.
저녁 7시 반 쯤의 미드타운 동쪽 풍경이다. 수많은 상가 앞에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다.
7시가 되어도 문을 꼭 닫아야 하는 건 아닌데 많은 가게들이 안전을 위해 6-7시 사이에 닫는다고 한다. 한창 저녁 장사를 해야 할 식당들도 보통 6시면 닫는다.
어차피 손님도 별로 없는 데다가 밖이 이렇게 썰렁해지니 두려움을 느끼는 업주들이 많은 모양이다. 하긴 강도가 총을 들고 들이닥치는 동네이니 무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유령의 도시가 따로 없다. 그나마 패션 디스트릭트(Fashion District)에는 사람들이 좀 있다고 한다.
사실 저 정도면 코로나가 무섭다기 보다는 사람이 무서워서 못 다닐 것 같다. 문을 일찍 닫는 가게들이 백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워낙 확진자들이 많은 동네이다 보니 코로나도 만만찮게 무서울 것 같은데 낮에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가게도 운영이 되는 게 신기하다. 우리나라에서 미국만큼 확진자가 나왔다면 분명 가게는 다 닫아야 했겠지. 저 동네는 격리도 거의 손 놓아서 내가 지금 미국에 놀러를 간다 해도 격리가 제대로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이 놀러 오라고 자꾸 꼬드긴다. 가고 싶은 마음 40%, 그냥 있고 싶은 마음 60%. 솔직히 코로나는 그리 두렵지 않은데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게 힘들어서 못 가겠다.
날씨는 요즘 계속 저렇게 칙칙한 모양인데 뉴욕이랑 뉴저지 모두 조금 보고 싶긴 하다. 비는 싫어하지만 가을엔 저런 기간이 있는 것도 때로는 괜찮은 것 같다. 쌀쌀한 날씨에 비에 젖은 길을 걸으며 흩어져 있는 주황빛 낙엽을 밟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