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리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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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가능하면 시간 순으로 기록해나가고 싶었는데 벌써부터 막 섞이기 시작한다. 어차피 그날이 그날이고 그날이 그날이던 시기였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엄마는 가끔 반찬을 싸서 보내주신다.

 

엄마는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데

 

난 그리 반갑지가 않다.

 

속상하다.

 

엄마가 잠까지 아껴가며 음식을 만드시느라 설쳤을 걸 생각하면.

 

허리도 무릎도 극도로 안 좋은 사람이 무거운 걸 낑낑 대며 들고 우체국까지 갔을 걸 생각하면.

 

음식이 상하지 않고 택배가 무사히 도착하길 바라며 노심초사했을 것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이분, 내 엄마라는 분, 요리를 정말 못하신다.

 

비싼 잔멸치와 마늘의 조합을 그리 맛깔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시다. 나는 잔멸치 반찬을 반찬 중 가장 좋아하는데 엄마가 만든 건 다 못 먹고 버릴 때가 많다. 멸치 반찬이 은근히 잘 쉰다는 걸 엄마 덕에 배울 수 있었다.

 

 

잣까지 들어갔네...

 

그나마 황태 미역국은 좀 괜찮은데 향이 강한 표고버섯을 자꾸 집어 넣으셔서 먹을 때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고소하고 시원한 황태와 미역의 맛만을 원하는데 한입씩 먹을 때마다 진한 표고버섯의 향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표고버섯을 넣지 말라는 소리가 나오는 건 또 아니다. 이렇게가 아니면 내가 언제 몸에 좋은 걸 먹겠나 싶어서 그냥 참고 먹게 된다. 건강 음식에 별 관심이 없지만 표고버섯이 몸에 아주 좋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고추 튀김. 이건 정말 먹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안 좋아하는 반찬이라고 엄마에게 말을 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또 고생고생해서 만들어 보낼 것이 분명하니까.

 

그냥 고추 튀김, 다시마 튀김, 이런 건 잘 안 먹게 된다. 튀김 자체는 정말 좋아하지만 사실 건강상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어쩌다 한 번씩 튀김을 먹게 된다면 그건 치킨, 새우튀김, 꽈배기 같은 극도로 맛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고추 튀김, 다시마 튀김 같은 것으로 가끔 한 번씩 갖게 되는 "튀김 찬스"를 보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배추김치. 정말 맛없었다. 어떤 레시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개해줬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모두가 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쉽게도 엄마는 레시피를 물으면 잘 모른다고 하신다. 늘 그냥 필 가는 대로 만들기 때문에 정말 어쩌다 맛있는 반찬이 만들어져도 다시 만들어내지 못한다. 

 

열무 물김치. 이건 맛있었다. 동네에 누가 주신 거라고 하셨다.

 

 

엄마가... 부디 반찬을 안 보내셔야 할 텐데.

 

아무리 잘 먹으며 지내고 있다고 해도 잘 믿지 않으신다. 거창한 음식 사진을 보내줘도 안심을 못하신다. 딸이 나이가 차다 못해 넘쳐흐르는데도 뭐가 그리 걱정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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