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말.
칙칙한 하늘 아래에서 걷기 운동을 했다.
이날은 어쩐지 한국 집처럼 돌담이 있는 집이 보였다. 너무나 화사하고 예쁜 분홍색 꽃나무도 보였다. 와아! 하고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이런 꽃나무들은 사진으로 찍어 보면 그 느낌이 1/50도 안 나오는 것 같다. 너무 높이 멀리 있어서 사진을 찍은 뒤 확대해서 봤는데 결과물이 아쉽기 짝이 없다.
예쁜 나무를 뒤로 하고 다시 걸었다. 같은 나무일지도 모르는 비슷한 나무가 또 나왔다.
예쁜 식물들은 씩씩하게 걷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몇 초라도 모든 걸 잊고 웃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미국엔 담 없이 뻥 뚫려 있는 집들이 많다. 이렇게 담 없는 집에도 살아봤는데 의외로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경 쓰이진 않는다.
다만 이런 집은 나무와 잔디를 관리해야 하는 게 번거롭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풀을 다 치우고 예쁜 자갈을 깔아 두기도 한다.
아래처럼 풀과 나무로 집을 대충 가려둔 집도 있다. 숲속 같아서 좋긴 한데 나라면 이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 미동부에는 무시무시한 태풍이 몰려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경우 일단 태풍이 온다고 하면 그냥그냥 지나갈 때도 많지만 장난이 아닐 때도 꽤 많다.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한 친구의 집은 뭔가가 날아오는 바람에 집 정면에 있는 큰 창문이 깨진 적도 있었다.
그 정도의 바람이 불고 난 뒤 밖을 나가 보면 어디 한두 군데는 나무가 꺾여 있거나 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 마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없애려면 애초에 큰 나무는 심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도 나무가 너무 좋아서 심고 싶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살았던 곳은 눈 뿐만 아니라 태풍도 끔찍했구나... 미세먼지가 없고 기온도 좋은 편인데 눈이랑 태풍이 정말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2012년에는 허리케인 샌디로 허드슨 강물이 넘쳐서 뉴저지 에지워터에 있는 집이 잠길 뻔한 적도 있었다. 일주일 넘게 전기도 끊기고 추운 10월 말에 난방도 안 되고, 내 인생 최악의 경험 중 하나였다.
한국도 물론 눈, 태풍, 홍수 등의 재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건 미국에서였기 때문인지 한국이 훨씬 더 좋게 느껴진다. 여름은 솔직히 좀 끔찍해도 말이다. 한국 여름은 뭔가 미국과는 차원이 다른 후끈함과 습도가 있다. 매년 여름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다.
여름도 여름이지만 처음에 한국 왔을 때는 외출 전에 미세먼지를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좀 씁쓸했다. 언제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다가 마스크를 껴야 하는 것도 좀 그랬다. (코로나 이전의 얘기) 외출하고 돌아오면 머리카락이랑 피부에 가득 묻어 있을 미세먼지 생각에 마치 똥 묻은 사람처럼 급하게 샤워해야 하는 것도 별로였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도 한국이 훨씬 더 좋다. 짧은 기간 동안 여행하는 건 몰라도 절대 미국에서 다시 살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나는 미국이 어지간히도 싫었나 보다. 아니 그냥 해외에서 사는 것 자체가 싫다. 어제 오늘도 그랬지만 내일도 내가 있을 곳이 한국이라는 게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