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말.
뉴저지 에지워터 미쯔와 마트에서 유기농 낫또를 사 먹었다. 아주마(Azuma)에서 나온 제품인데 유기농(오개닉)인 게 마음에 들어서 사봤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히 다를 거란 기대는 없었다. 역시나 그냥 낫또 맛이었다. 싫지도 좋지도 않은 맛이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가끔씩 사먹을 뿐이다.
나뭇잎에 쌓인 떡도 발견했다. 미쯔와에는 신기한 식품들이 많아서 호기심에 하나씩 사 먹어 보게 되는데 이날은 이걸 먹어보기로 했다.
떡을 감싼 나뭇잎은 떡갈나무 잎으로 알고 있는데 보기에도 예쁘고 떡에 묻어 있는 나뭇잎 향도 무척이나 좋았다. 떡이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가족에게도 주고 싶었는데 조금만 사온 게 아쉬웠다.
더욱 아쉽게도 다음에 다시 미쯔와에 갔을 때는 팔지 않았다. 매년 5월 5일 남자아이가 잘 크라는 뜻으로 먹는 떡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이 시기밖에는 사 먹을 수 없는 듯했다.
한국에는 이 떡과 비슷한 것으로 망개떡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이름대로 망개잎에 싸먹는 떡인데 사진으로밖에는 본 적이 없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새벽에 "찹쌀떡~ 망개떡~" 하는 소리가 종종 들린 시기가 있었다. 한두 달 정도 그랬던 것 같은데, 매번 너무 늦은 시간(새벽 0시-1시)에만 들려서 궁금해도 뛰어나가 볼 수가 없었다.
한국에 다시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때는 조금만 어두워져도 무서워서 나갈 수가 없었다. 사람이 많은 도시인데도 한국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곳으로 느껴졌다.
그러다 저녁 7시쯤 용기를 내서 나가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였고 가게들도 북적거렸다. 전혀 무서울 것은 없다는 걸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밤 9시 이후로는 쓰레기를 내놓는 목적 외에는 여전히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있다.
사실 맨해튼의 저녁 시간보다 더 무서울 건 없는데 미국에 사는 동안 무서운 한국 뉴스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특히 길거리나 지하철 역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칼에 찔려 죽는 사건 같은 게 무서웠다. 층간소음 문제로 벌어지는 살해 사건들도 섬뜩했다.
성범죄도 유난히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였다. 범죄야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지긴 하지만 한국에서 터지는 사건들이 나에겐 크게 다가왔다.
가족과 국내여행을 다닐 땐 공공 화장실이나 숙박업체에 몰카가 있을까봐 안심할 수가 없었다. 사람 자체를 경계하게 되기도 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중 누군가는 나쁜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데이트 폭력에 관한 뉴스도 참 많이도 나왔다. 심지어 이별 후 살인 사건도 많았다. 여자가 이별을 선고했다는 이유로 여자의 가족을 전부 또는 일부 살해한 사람들의 뉴스도 몇 번이나 봤다. 물론 여자 당사자를 살해하는 사건들도 있었다.
피해자도 처음엔 상대가 그런 사람인 줄은 상상도 못한 채로 만났을 것이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확실히 깨달은 거 하나는 사람은 겉만 보고는 절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특히 썸을 타는 시기나 연애 초반 땐 더욱 알기 힘들 수밖에 없다. 속에 악마가 숨어있는 사람이라도 초기엔 간 쓸개 다 내어줄 것처럼 굴기 때문이다.
피해자들도 다들 조심했을 텐데도 당했을 것이다. 사람을 쉽게 사귀지 않는 요즘 사람들이 사귀는 사이까지 갔다는 건 상대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생겨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속에 뭐가 있는지 몰랐으니 나도 충분히 속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심지어 근사해 보이는) 사람이 간쓸개 다 내어줄 것처럼 군다면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물론 대부분은 좋은 사람이고 악마 같은 사람은 소수겠지만 나는 그걸 구분해낼 자신이 별로 없다. 지금껏 남자 운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없다. 내 판단에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최악인 경우들이 꽤 있었다. 그런 경험들 탓에 나는 남자에 대한 나의 판단력을 절대로 신용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접근하면 우선은 경계부터 하게 된다. 꼭 강력 범죄가 아니더라도 그냥 속다르고 겉다른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만나 보기가 두렵다. 집에 오면 악마, 밖에서는 천사인 사람들도 많고, 유부남인데 아닌 척하고 접근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난 사랑에 한번 빠지면 잘 헤어 나오지도 못하는데 혹시나 잘못 걸려들까봐 정말 무섭다. 지금껏 타격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치는 탓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 영혼이 맑은 착한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냥 안전한 길을 택하려 한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가 가장 행복하고 좋다.
근데 왜 얘기가 이쪽으로 빠져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