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초.
삼양식품에서 불닭볶음면이 나온지 5년 만에 나도 드디어 먹어 보게 되었다. 수출용이라서인지 보기 싫게 영양 정보 등이 프린트 된 스티커가 크게 붙어 있었다.
다행히 맛은 괜찮았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매운맛이 좋았다. 매운 걸 잘 못 먹지만 먹을 때마다 뭔가 후련해지는 기분에 이 당시에는 참 열심히도 먹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이렇게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나올 때마다 고맙고 반가워서 더 먹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그나저나 삼양식품 같은 곳은 이런 대박 제품을 내놓기 위해 늘 고민이 많겠지? 그 압박감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삼양 같은 큰 회사에서 그런 고민을 할 정도의 위치에 있다면 한편으로는 즐거울 것 같기도 하다. 회사라는 세계를 잘 몰라서 그냥 이렇게 상상만 해본다.
걷기 운동을 하면서 언덕 위를 오르는데 뭔가 예쁜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난 시력이 아주 나빠서 안경을 써야만 멀리 있는 게 보이는데 이날은 운동하느라 안경을 잠시 벗고 있었는데도 보였다.
내가 본 것이 사슴인 것도 신기했고, 안경 없는 맨눈으로 그게 보였다는 건 더 신기했다. 평소에 랩탑을 사용할 때도 안경을 안 쓰면 글자가 안 보일 정도인데 어떻게 저 멀리 있는 수풀 속 사슴이 보였는지 모르겠다.
수풀이지만 도심인데 어떻게 사슴이 있을까,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환각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확대를 해보니 역시 사슴이 맞았다.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 사이에 있는 수풀인데 저렇게 있어도 괜찮은 걸까... 저렇게 순딩순딩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쁜 아이가 살고 있는 장소가 너무 위험하다.
야생동물은 늘 안쓰럽다. 마음이 아프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속상하다.
저 사슴이 서 있는 곳도 가까이 가서 보면 온통 쓰레기다. 미국 사람도 저런 데 쓰레기를 버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뉴욕시티나 그 바로 건너편 뉴저지 동네에는 나 같은 한국인을 포함해서 별의별 인종이 다 모여 살고 있다. 어딘가 시끌벅적한 시장 한복판 같은 분위기가 있다. 고상한 사람들도 많지만 못 배운 사람들도 정말 많다.
현대 사회에서 원시인처럼 살 수는 없지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동물 죽여서 만든 거 안 입고 안 쓰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산이나 강 같은 자연에 갔을 때는 물론이고 그냥 공원이나 길에도 여기저기 쓰레기가 있는 것을 보면 놀랍다. 얼마나 양심이 없어야 그런 곳에 쓰레기를 두고 갈 수 있는 걸까?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러는 건가? 어찌 됐든 참 이해 못할 일이다. 이해 안 가는 일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