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이 이제 끝났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지금 상황은 정말 심각하긴 심각한 것 같다. 미국 나스닥지수와 연동이 되어서 함께 폭락한 것까진 그렇다쳤는데 나스닥이 지난 수목금 연속으로 강하게 올라주었음에도 오히려 내려가는 코인들의 모습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안 그래도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으로 미 증시와 함께 휘청이고 있던 중, 코인 시장은 또 다른 큰 악재를 맞이했다. (다들 알다시피)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가 루나 대폭락 사태를 터트리면서 찬물을 넘어선 얼음물을 때려 부은 것이다.
기왕 한국인이 만든 코인인데 좀 잘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건 잘되긴 커녕 전 세계적으로 국제 망신을 당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당사자는 현재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 "테라 2.0"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테라폼랩스 홈페이지에는 "테라 2.0이 왔다"(Terra 2.0 is Here)는 문구와 함께 "새 테라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출시된 것들 중 가장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이라는 소개가 적혀 있다고 한다.
해당 인물은 트위터에서도 루나 코인의 새로운 체인 명칭이 "루나2(LUNA2)"라며 떠들고 있다. 기존 루나 및 UST 보유자들에게 새 루나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에어드롭도 진행될 모양이다. 전체 10억 개의 루나 2.0 토큰 중 70%를 기존 보유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한다.
다행히 나는 루나를 사본 적이 없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에이다, 리플 같은 기존 대형 코인들만 접근하는 안전추구형(?)이다 보니 신규 상장 코인은 아예 사볼 생각을 하질 않는다. (도지코인은 예외. 일론 머스크가 엮여 있어서 몇 번 드나들었다. 최근 오랜만에 재진입한 상태.) 그렇게 나름대로 착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테라·루나 사태의 영향으로 폭락을 맞아 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권도형이 제발 그냥 가만 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러다 혹시라도 또 지난번 같은 일이 터지면 어쩌나 싶다. 괜히 피해자와 피해 금액이 더 늘어날 뿐 아니라 전체 코인 시장이 또다시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도 "테라2.0이라는 이름으로 폭탄 돌리기 기간만 연장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도 매우 적어 보인다.
일단 후오비, OKX 등 일부 해외 거래소는 테라2.0을 상장시킨다는 뉴스가 나왔다. 반면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은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권도형은 정말 이 위기를 극복하고 그가 추구하는 코인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까? 투자의 세계에서는 워낙 생각지도 못한 희한한 일들이 많이 생기긴 하지만... 이번엔 정말 회의적인 생각만 든다.
그나저나 이더리움... 진짜 너무 심하게 폭락하는 거 아닌가? 오를 때도 대단하지만 내릴 때도 정말 대단한 코인인 것 같다. 지난번에 막 오를 때 수익이었는데 그때 너무 조금만 팔았던 게 못내 아쉽다. 전고점까지는 몰라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화근이다.
그때만 해도 권도형 악재 같은 건 상상도 못했다. 그는 앞으로 또 언제까지 시한폭탄처럼 시장을 불안하게 할 것인가... 일단은 그의 성공을 비는 수밖에 없는 건가... 참 여러모로 어이 없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