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금요일 밤 9시 반, 내심 기대하며 기다렸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으로 발표되었다. 상승 중이던 나스닥 선물은 발표 순간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나와 내 주위 주식투자자들의 얼굴은 당혹감과 함께 진짜 개미 얼굴처럼 어두워졌다.
시장 전망치가 8.3%이었고 내가 본 전망치 중 가장 높았던 게 8.5%였는데 그 모든 수치를 상회해버린 것이다.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나왔다면 미장, 국장, 코인이 간만에 함께 떡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젠 그 반대의 상황을 각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CPI 발표 이후 미국 언론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1981년 12월 이후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안 좋아 보이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금요일 나스닥 지수는 3.52%나 하락하며 마감되었다. 평소에 큰 변동이 없는 다우존스 지수도 2.73%나 빠져버렸다.
사실 실제로 지금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분위기는 아닌데 다들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푸틴발 우크라이나 전쟁도, 중국 시진핑의 제로코로나 정책도, 전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데 희망만 잔뜩 품고 있었던 것이다.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앞으로 몇 달은 아예 인플레이션이 꺾일 기대를 안 해야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도무지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 증권사에서는 벌써부터 앞다투어 코스피 하단을 2400-2500대 정도로 낮추고 있다.
코스피 지수의 운명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도 같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하이투자증권에서는 94,000원에서 82,000원으로, KB증권에서는 10만원에서 85,000원으로, 유진투자증권에서는 93,000에서 89.000원으로 내렸다. 그러면서 실적 전망치는 상향 조정하고 있는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삼성전자는 실적이 잘 나온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실적 발표 후 내릴 때가 많다. 오래 투자해 온 사람들에겐 그런 흐름이 익숙할 정도다. 그래도 투자를 하는 이유는 어찌 됐든 한국에서 가장 튼튼한 1등 기업이기 때문이다. 주가도 단기적으로는 지금처럼 망가질 때가 있지만 월봉으로 보면 여전히 꾸준히 우상향 추세를 타고 있다.
그래도 이번엔 반등다운 반등도 없이 너무 내려가기만 해서 걱정이 좀 되는 건 사실이다. 환율도 11일 토요일엔 1,279.24원까지 올라가서 마감되었다. 안 그래도 외국인이 너무 심하게 팔고 있는데 환율이 진정되지 않아서 큰일이다.
아래 씽크풀에서 캡처한 투자자별 동향을 보면 더 막막해진다. 초록색 선이 개인, 파란색이 기관, 빨간색이 외인이다. 더 이상 물 탈 돈도 없는 우리 개인들이 외인이 던지는 물량을 어떻게든 받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이 고난이 끝나는 날이 오긴 할 텐데 언제 어떻게 끝날지 참 궁금해진다. 다음 주 중에는 또 미국 FOMC 회의가 있다. CPI가 안 좋게 나온 만큼 좋은 소리는 안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 삼전이 다시 5만전자가 되는 일만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일단 월요일은... 떡락을 각오하고 안전벨트 잘 매야겠지... (아냐, 아냐. 반전이 있을 수도 있어...라고 절로 돌아가는 희망회로😔)
모건스탠리가 3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며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85,000원에서 8만원으로 낮춘 얘기를 빠트릴 뻔 했다. 얘네도 진짜 참... 매번 정성이다. 크게 한 번 털릴 날이 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