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중순.
4월은 꽃이 난리다. 정말 좋아하는 계절이다.
어린 조카의 얼굴도 이 시즌이면 난리가 난다. 꽃 알러지가 심한 조카는 봄만 되면 얼굴 특히 눈이 퉁퉁 부어서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이 예쁜 꽃들을 즐기지 못하는 운명이라니, 정말 인생이란 놈은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잔인하다.
동네 어떤 이의 정원. 정성을 많이 들였으나 예쁘게 만들진 못한 것 같다. 동네에서 가장 튀긴 했다.
물론 꽃 하나하나만 보면 다 예쁘다. 전체적인 정원의 디자인을 못했을 뿐이다.
못했다는 것도 단순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라 전혀 중요한 건 아니다. 원래 이 지구상의 사람들의 생각은 여기저기서 뿅뿅 떠오른다. 먼지의 숫자만큼 많고 색깔도 다양하다. 그중 중요한 건 본인의 생각 뿐이다.
작은 분홍색 꽃봉오리들이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전부 하얀색이 되었다. 꼬마 눈사람의 앙증맞은 주먹 같은 모습이다. 눈사람에게 주먹이 있다면 말이다.
웬일로 지우지 않은 큰 사진들이 점점 발견되고 있다. 이 당시에는 컴퓨터 용량 때문에 작은 사진만 두고 원본은 다 지운 건지 뭔지 알수가 없다. 원래 사진은 잘 지우지 않는데 아마도 절대적으로 필요없는 사진들이라 생각했나 보다. 두 번 다시 안 볼 거라 생각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이 사진들을 보고 있는 지금이 신기하다. 기분이 무척이나 묘하다. 이 순간들에 느꼈던 공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잠깐씩 그 순간들로 돌아가는 기분도 든다.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는 것은 좋을 때도 있지만 별로 내키지 않을 때도 있다. 이 당시의 나는 심적으로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이때는 사실 별로 되씹고 싶지 않다.
그래도 묵묵하게 되씹어 보려 한다. 원래 아픈 걸 억지로 덮어두는 성격이 못 된다. 자꾸자꾸 봐서 아프고 또 아프고, 울적해지고 또 울적해지고, 그러다 결국엔 무감각해지는 것을 좋아한다. 이 일은 무감각해지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려 한다.
왜 아팠는지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가족도 모른다. 나 외에 그 누구도 모른다. 끝까지 입을 다물 것이다.
자연의 꽃들을 즐긴 뒤엔 홀푸즈 마켓 (Whole Foods Market)으로 가서 꽃집의 꽃들을 구경했다. 에지워터 홀푸즈 안에 꽃집 사장님은 정말 실력이 좋다. 지금도 여전히 운영하신다고 들었다.
Hydrangea 하이쥬뤠인좌. 수국이란 뜻이다.
Kurt Weiss가 앞에 적힌 걸 보니 Kurt Weiss Greenhouses에서 사온 꽃인 모양이다. 잘은 모르지만 뉴욕주에 있는 큰 꽃 농장으로 알고 있다.
연한 파스텔 톤의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게 너무 예쁘다. 누가 사갔을지 몰라도 분명 행복했겠지?
나도 이번 주엔 꽃을 사볼까? 화병에 꽃 꽂아 두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최근에 바빠서 잘 하지 못했다. 요즘은 주문만 하면 꽃도 배달해주는 세상인데.
그래도 이런 건 직접 가서 고르는 게 아무래도 더 나을 듯하다. 꽃집에 가서 예쁜 꽃들을 보고 필이 확 통하는 꽃으로 당장 데려오고 싶어진다. 볼 때마다 힐링이 되겠지? 생각만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