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20대 후반부터 흰머리가 많이 났다. 난 그걸 보고 뭐 저렇게 빨리 흰머리가 나나 했는데 그러던 나도 30대 초반 때부터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그것도 이젠 정말 옛날 얘기가 되었다.)
볼 때마다 충격이어서 정말 열심히 뽑아댔다. 매일매일 뽑았다. 너무 몰두한 탓에 어느 순간 보니 이마에 주름이 잡혀 버렸다. 흰머리에서 벗어나려다 더 큰 손해만 본 것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계속 뽑았다. 그 자리에서 새로 자란 흰머리는 일명 돼지털이라 불리는 이상한 형태였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흰머리 뽑는데 꽤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까운 시간들. 그렇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새치 염색의 세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내가 새치 염색이라니, 솔직히 너무 당혹스럽고 생소했다. 마치 젊음에 막이 내려지는 기분이었다.
처음 하는 새치 염색은 쉽지 않았다. 색깔 고르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갈색으로 하니까 염색이 빠르게 되지 않았다. 급한 성격에 15분 넘게 기다리는 것도 괴로웠다. 결국 난 최대한 염색을 빨리 끝낼 목적으로 가장 새카만 색을 사고 말았다.
칠흑처럼 까만 염색약은 별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바른 뒤 거의 바로 씻어도 머리가 까맣게 되었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그때부터는 매일 같이 머리가 왜 그렇게 새카맣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왜 이런 거냐면서 눈을 크게 떴다.
미용실에 가서는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가장 어두운 색이랑 그 바로 밑에 색은 탈색으로도 뺄 수 없는 색이니 절대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염색된 부분이 자라서 다 잘라낼 때까지 그 새카만 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결국 나는 나에게 맞는 자연갈색을 찾게 되었다. 그걸로 두 달에 한 번 정도 염색을 한다. 흰머리가 자라는 걸로 봐서는 3주에 한 번 정도는 하고 싶은데 염색 과정 자체가 힘들어서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텼다가 한다.
그런 내 눈에 요즘 머리를 감기만 하면 염색이 된다는 샴푸 뉴스가 많이 보인다. 방금 이 말에 "혹시?" 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데 절대 절대 아니다. 난 그냥 내가 관심이 가는 뉴스를 퍼왔을 뿐이다.
우선 에이치엘사이언스의 새치 관리 샴푸. 처음 듣는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에서도 려 블랙 샴푸라는 제품이 나왔다. 모다모다에 도전장 내는 거라 한다.
미용실에서 하든 집에서 하든 새치 염색하는 거 정말 너무 싫은데 이런 샴푸들이 대안이 될까? 예전에 모다모다 후기 읽어본 적 있는데 효과 좋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어서 좀 갈등이 된다. 피부에 아무 영향 없이 딱 머리카락만 어두워지는 게 맞는지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 일반 려 샴푸 한 번 써본 적 있는데 별로 취향이 아니었던 기억이 있기도 하다. 오래전이니 지금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단 써보고 봐야겠다. 안 그래도 또 염색할 때가 다가오고 있어서 한숨 나오던 참이었다. 염색 샴푸가 이런 날 구원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