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중순.
전날 걸었던 뉴저지 포트리(Fort Lee)의 흙길을 다시 한번 쭉 걸었다.
5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하고 난 뒤엔 꼭 뭔가 맛있는 걸 먹어야만 한다.
이날은 클리프사이드 파크에 있는 한 중국 식당에서 치킨 브로콜리를 주문해서 먹기로 했다.
나는 한국식 중국음식보다는 이런 중국 본토 음식을 좋아한다. Korean Chinese food가 아닌 Chinese Chinese food를 말이다.
중국 식당에는 북경 오리 구이, 오렌지 치킨 등 여러가지 맛있는 요리들이 있지만 난 그중에서도 특히 치킨 브로콜리를 즐겨 먹는다. 메뉴에는 "Chicken and Broccoli with white rice"라고 적혀 있는데 보통 그냥 "치킨 브로콜리"라고 부른다. 밥은 흰쌀밥(white rice)과 볶음밥(fried rice)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이게 그냥 닭고기를 야채와 함께 볶을 것일 뿐인 특별할 것 없는 요리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집에서 만들어 보면 절대 이 맛이 나지 않는다. 닭고기의 식감부터가 다르다.
물론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즐겨가던 뉴저지 에지워터에 있는 "차이나 킹(China King)"이라는 곳의 닭고기 식감은 일반인이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그리 음식을 잘하는 식당은 아니라는 생각인데 치킨 브로콜리 하나만큼은 내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주문한 뒤 기다렸다가 음식을 받아들고 바로 집에 가서 뜨거울 때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뜨거운 밥 위에 뜨거운 치킨 브로콜리를 얹어서 후후 불어 먹다보면 어느 순간 만족도가 천장 끝까지 올라가 있다. 브로콜리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데 그런 브로콜리가 괜찮게 느껴질 정도로 맛있는 요리다.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맛있는 중국집이 있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언제나 부러웠다. 한번은 업스테이트 뉴욕에 사는 사촌 집에 놀러 가서 그 동네의 차이니스 푸드를 먹게 되었다. 두어 가지만 맛있는 우리 동네 차이나 킹과는 달리 그쪽 중국집은 요리마다 너무 맛있었다. 다섯 가지 정도의 요리가 있었는데 하나씩 맛볼 때마다 헉! 또는 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에지워터의 차이나 킹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중국집이 미국에는 여기저기 많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아쉽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중국집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날 갔던 클리프사이드 파크의 식당을 비롯한 몇 군데를 시도해 봤지만, 평균보다 약간 나은 정도인 차이나 킹이 그나마 그중에서는 제일 나았다. 정말 거기라도 있어서 감사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차이나 킹 정도 되는 식당은 커녕 아예 중국 본토 음식을 하는 식당을 찾아볼 수가 없어다. 심지어 인천 차이나 타운에서 유명한 식당을 가봐도 짜장면, 짬뽕, 탕수육 같은 한국식 중국 음식만 나왔다.
그래도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텐데. 나중에 인터넷을 한번 뒤져봐야겠다. 미국에는 흔하디 흔한 게 중국 본토 음식점인데 한국에서는 가는 도시나 동네마다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베트남, 태국, 인도, 심지어 멕시칸 음식점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중국 본토 음식점이 없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그쪽 음식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걸까... 차이나 킹 정도로 하는 식당이라면 한국에서 망하겠지만 정말 잘하는 식당이 오픈한다면 인기 폭발일 텐데. 그 정도 하는 사람들은 전부 미국으로 건너간 걸까? 왜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것일까? 이유가 정말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