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리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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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중순.

 

비에 땅이 촉촉해진 날.

 

이날도 그냥 계속 걸었다. 차도 사람도 별로 다니질 않아서 운동하기에 참 좋은 동네다.

 

나는 바글바글한 도심보다는 이렇게 약간 벗어나 있는 곳을 좋아한다. 만약 한국에 가서 살게 된다면 너무 대도시는 꼭 피하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봄이라 여기저기 예쁜 꽃들이 피어있었다. 다들 화려하기보다는 오밀조밀 귀여운 느낌이었다. 

 

 

활짝 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꽃도 있었다.

 

 

다 걸은 뒤 집에 와서는 건강하게 한식을 먹었다. 미역쌈, 양배추쌈 등의 채소, 고등어구이, 잡곡밥, 그리고 빨간 건... 뭔지 잘 모르겠다. 진미채? 더덕무침? 김치 볶음?

 

 

몇 년 지난 사진이라 생각이 안 나는데 기왕이면 김치 볶음이었으면 좋겠다. 진미채를 아주 좋아하지만 왠지 이 식단에는 진미채보다는 김치 볶음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더덕 무침은 그다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어서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그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요리를 한 건 내가 아니다. 난 요리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그냥 빵, 과자, 과일, 라면 등으로만 때우는 게 가장 편하고 좋다. (과일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건강을 위해 그냥 마지못해 먹는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뒀으면 좋겠는데 가족이 그냥 두지 않는다.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어차피 만드는 음식이라며 내 것까지 챙겨준다.

 

나를 정말 사랑해주는 우리 가족들이지만 난 언제나 민폐만 되는 것 같다. 집을 떠나 독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원래는 20살 때부터 독립을 했는데 다 늙어서 일이 좀 터지는 바람에 다시 가족과 살게 된 것이었다.

 

내 가족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나한테 천사 같다. 나는 가족에게 그렇게 못하는데 다들 그런 나를 잘 알면서 왜 잘해주는지 모르겠다. 난 우리 집에서 가장 못된 성질머리를 갖고 있다.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3살 어린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너무 미워서 손가락으로 신생아인 동생의 눈알을 후벼 판 일도 있다. (다행히 눈을 다치지는 않았다.)

 

초등학생/중학생 때도 속을 많이 썩였고, 고등학생 때는 그냥 끔찍했고, 대학생 때는 그냥 말도 못 하게 끔찍했다. 그보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가족들의 속을 썩였다. 밖에서는 재밌는 사람으로 통하는 편이었지만 가족의 한 일원으로서는 정말 최악의 인간이었다.

 

그런 나인데도 변함없이 늘 따뜻하게 감싸주는 우리 가족들이다. 너무 잘해주다 보니 그 가족 안에 속해서 좋은 점보다는 미안한 점이 더 많았다. 저 당시에는 정말, 갚아야 할 빚이 매일매일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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