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걷기 운동을 하면서 나리가 얼마나 더 컸는지 확인해 보았다.
남의 정원은 아니고, 그냥 길가에서 자라고 있는 건데 잎 모양이 너무 예뻐서 근처에 지나갈 때마다 들여다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며칠 되지 않아서 얼마 자라진 않은 상태였다.
걷기운동 도중에 또 미쯔와 마트에 갔다. 이날은 문득 향이 좋은 바디워시를 사보고 싶었다. 요즘은 제품이 거의 다 잘 나오기 때문에 뭘 써도 비슷비슷해서 이번엔 향에만 집중해서 골라보려고 했다.
대부분 일본말로 되어 있어서인지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하긴, 한국말로 되어 있는 한국 제품들도 그냥 겉만 봐서는 향이 어떤지 상상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 쿠유라 KUYURA라고 적힌 것을 살지 말지 오래 고민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왠지 향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래 제품들은 포장 디자인이 너무 미국적이고 따분해서 그냥 넘어가게 되었다.
다음 칸에서는 가타카나로 에스테 바디라고 적힌 판다 그림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다른 제품들에 비해 좀 많이 팔린 제품은 늘 눈여겨보게 된다. (알고 보면 오른쪽의 것이 다 팔려서 다시 채워 넣은 걸 수도 있지만.)
결국 고른 것은 아래 오른쪽 분홍색 제품이었다. 향도 향이지만 이런 공주풍 물건을 욕실에 두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였다. 다행히 생각보다 향도 아주 좋았다.
이 시기에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입욕제를 푼 뒤 들어가 있는 것을 좋아했다. 방수 케이스에 폰을 넣어서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했다. 20-30분 정도 그렇게 목욕을 하는 것이 하루의 낙이었다.
한국 아파트는 어째서인지 예전과는 달리 욕조가 없는 곳이 많다. 아주 서운한 부분이라 다음엔 웬만하면 욕조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미쯔와에서 바디워시를 산 뒤엔 그 옆에 있는 키노쿠니야 서점과 문구점을 들렀다. 이 문을 여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뭔가 많이 샀는데 뭘 샀는지는 아무래도 다음 글에 올려야 할 것 같다.
이날도 날씨가 많이 흐렸다. 흐린 날씨에는 피부가 탈 염려가 적어서 좀 더 많이 걷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걷기 운동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미국에 살 때에 비해 운동을 너무 안 하고 있는데 슬슬 건강에 대한 위기감이 느껴진다.
코로나 이전엔 밖에서 걷기 운동을 할 때면 미세먼지가 항상 관건이었는데 지금도 역시 코로나보다는 미세먼지가 신경 쓰인다. 어차피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걷는 건 아니니 말이다.
말 나온 김에 정말로 운동을 좀 해야겠다. 이렇게 결심만 하는 게 점점 늘어나고 있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계속 결심하다 보면 언젠가는 하게 되니까 결심이라도 계속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