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초.
이 당시의 나는 도서관을 자주 오갔다. 주위에 공립 도서관이 많았는데 뉴저지 클리프사이드 공립 도서관 (Cliffside Park Public Library)를 특히 자주 갔다.
도서관에는 늘 백인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그들은 책이나 신문을 들고 같은 자세로 몇 시간이고 있었다. 한국 도서관도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대체 무슨 현상인지 궁금해진다.
왠지 나도 노년엔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나를 압박하는 일들이 아무것도 없이 그렇게 평화롭게 하루종일 책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도서관에 가면 내 랩탑을 열고 이북을 읽었다. 문득 어느날 남미 사람들이 와서 시끄럽게 수다를 떨다가 도서관 직원의 주의를 받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들은 무안했는지 사람이 얘기도 못하게 한다며 궁시렁거리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클리프사이드 파크는 남미 사람들이 많은 동네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서관에서 언제나 가장 시끄러운 건 주민이 아니라 도서관 직원들이었다. 자기네들끼리 시끄럽게 수다를 떨기도 하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목소리 높여 통화를 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불만을 표했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아래는 에지워터 프리 도서관 (Edgewater Free Library). 여기는 왠지 분위기가 좀 불편해서 가끔만 갔다.
들어가면 그냥 아무 책이나 뽑아 들고 아래에 보이는 소파에 앉아서 읽곤 했다.
뉴저지에 살 때는 허드슨 강변을 자주 걸었다. 에지워터에 있는 이 산책길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장소 중 하나다.
건너편에는 맨하탄이 보인다. 바로 강 건너에 있는데 교통 체증 때문에 가는데 한참이 걸릴 때가 많다. 러시아워에는 아예 갈 엄두를 안 내는 것이 좋다. 약속장소에 두어시간 더 일찍 도착하는 한이 있더라도 러시아워는 피하는 게 최선이다.
배(ferry)를 이용하면 좋은데 언제나 있는 게 아니고 가격도 비싸다. 그래도 그거라도 있어서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
다 걷고 나면 언덕도 한번씩 올랐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갈수록 쉬워졌다.
가끔 왼쪽편에 사슴이 보였는데 처음엔 이런 곳에 사슴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내 눈을 의심했다. 그런데 정말 이 동네에는 있다. 사슴이, 너구리가, 포섬(Possum)이.
강변 산책 코스에는 홀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이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장소 중 하나다. 건물 머리 위에 떠 있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귀엽다.
Organic Roasted Unsalted Peanuts.
소금간이 안 되어 있는 볶은 유기농 땅콩. 홀푸즈에서 자주 사먹는 것 중 하나였다.
Seasoned Rice Crackers.
살짝 달달한 코팅이 되어있는 쌀과자도 좋아했다. 입 심심할 때 최고였던 간식. 엄청 좋아하는 음식까지는 아닌데도 정기적으로 사게 되었다.
한국에서 살기로 결정한 뒤 한국에 살면서 몇 년째 못 먹고 있지만 딱히 그립지는 않다. 이렇게 사진만 봐도 이 과자의 향, 딱딱함,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