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가족과 함께 뉴저지 해컨색(Hackensack)에 있는 리버사이드몰(The Shops at Riverside)에 뷔페 먹으러 갔던 날.
이 몰에는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 Theatres, 내가 좋아하는 서점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 있다.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가 있어서 루이 비통(Louis Vuitton), 티파니 (Tiffany & Co.),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 지미 추(Jimmy Choo),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등의 물건들을 쇼핑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먹을 것도 많은데 특히 치즈케이크 팩토리(The Cheesecake Factory)가 이곳에서는 유명하다. 주위에 애플비 (Applebee's Grill&Bar), T.G.I.프라이데이스(TGI Fridays), 치폿레(Chipotle Mexican Grill), 파이브 가이즈(Five Guys), 피에프창(P.F. Chang’s), 등 다른 맛있는 프랜차이즈도 많다. (큰 길 건너면 후터스Hooters도 있다.)
솔직히 애플비는 그다지 취향은 아니다. TGI는 맨해튼에서든 뉴저지에서든 갈 때마다 최악의 서비스를 받아서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한국에서는 오랜 옛날 처음 생겼을 때 가봤는데 다행히 그때의 기억은 좋게 남아 있다. 서비스도 음식도 다 좋았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가볼 생각인데 서비스 걱정은 별로 안 되지만 음식이 어떨지가 잘 상상이 안 된다.
치폿레랑 파이브 가이즈는 없어서 못 먹는다. 피에프창은 한국에도 있는 걸 봐서 나중에 한번 가보려고 한다. 미국에서 흔히 보던 것임에도 맨날 그냥 동네 차이니스 푸드 먹느라 아직 못 먹어봤다.
이 몰에 파리바게뜨도 들어왔다는 얘기가 있던데 장사가 잘 되고 있을까? 뉴저지에 있는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신라제과 같은 한국 빵집들은 늘 사람들이 북적이긴 하던데 코로나 때문에 어찌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도 거의 집콕이라 물어봐도 모르는 게 많다. 얼마 전엔 정말 오랜만에 온라인 장이 아닌 그냥 장을 봤다고 좋아하긴 하던데... 코로나 잘 피해 다녀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나저나 이 몰에 있던 스매쉬버거 (Smashburger)가 문을 닫고 말았다. 정말 좋아하던 곳이었는데 충격이다.
코로나 피해가 정말 심각하다. 위에서 말한 AMC 영화관은 이 몰에 새로 생긴 건데 최근 가족들이 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가족끼리만 영화를 봤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문을 안 열기엔 손해가 너무 컸던 걸까. 하필 이런 시기에 그런 투자를 하게 된 사람들이 안타깝다.
2017년의 이날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코로나19, 내가 갑자기 한국에서 살겠다고 결정한 일, 스매쉬버거가 문을 닫는 일)이 이후 너무 많이 터져버렸다.
이날 갔던 뷔페집의 이름은 POC American Fusion & Sushi이다. (아래 사진에 허접해 보이는 건물) POC는 Ports of Call의 줄임말이고, 의미는 "선박의 기항지," 또는 "여러 곳을 다니는 길에 잠시 들르는 곳"이다.
일단 단어 자체는 예쁘게 느껴진다. 로고는 살짝 배트맨 로고가 떠오름과 동시에 촌스러움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별로 맛집스럽지 않은 디자인과 색깔이다. 들어가면 왠지 싸구려 신발을 팔고 있을 것만 같다.
나 말고 다른 가족들은 이곳에 오는 목적이 바로 저 게이다. 게이 말고 게. 저 게다. 저 게이다. 아 모르겠다.
게 종류는 Dungeness Crab. 이 동네에서는 마트를 가도 게는 그 종류가 가장 눈에 많이 띄었다. 난 게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것보다는 한국의 영덕대게 같은 큰 게가 좋다.
그래도 역시 게를 먹는 건 싫다. 맛은 있는데 먹기가 힘들어서 싫다. 파먹다 파먹다 다 먹은 뒤에는 열이 바짝 나 있는 상태가 된다. 생각만 해도 신경질 난다.
그래서 여기서도 게는 조금만 먹고 카프레제 샐러드, 구운 고기, 야채 등을 주로 먹었다.
튀김, 오징어, 아스파라거스도 먹었다. 음식이 대체로 맛이 괜찮았다. (가족들과 떠드는 분위기가 좋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 걸수도 있다.)
뷔페이니만큼 게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나는 신경질이 나서 많이는 못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는 H마트랑 미쯔와를 들러서 건빵을 샀다.
청우 CW 농로 발효 보리건빵, SANRITSU 칸팡 カンパン.
나는 주기적으로 뭔가에 꽂혀서 한동안 먹는 경향이 있는데 이 당시엔 건빵에 꽂혔었다. 이유는 어딘가에서 아이유가 좋아하는 과자가 건빵이라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귀여운 애가 건빵 먹는 상상을 하니 나도 먹고 싶었던 걸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덕분에 한동안 건빵에 꽂혀 살았다.
왠지 다이어트가 될 것 같아서 좋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당시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건빵은 눈에 띄는 대로 다 먹어봤는데(아마존에서까지 주문했다!) 하필이면 그중 튀김건빵(튀긴건빵)이 가장 맛있었던 것이다. 한국 제품이었는데 브랜드가 뭐였더라... 아무튼 처음 보는 거였는데 입맛 까다로운 조카 녀석까지 빠져들었을 정도로 아주 맛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시들해져서 건빵을 먹지 않게 되었다. 이때 이후로 지금까지 몇 년간 거들떠도 안 보고 있다.
대신 다른 누군가가 나 대신 건빵에 꽂혀서 열심히 사 먹어 주겠지. 그래서 없어지는 일 없이 내가 다시 꽂히는 그날까지 계속 나와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