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리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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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초.

 

걷기 운동을 하는데 나무에 뭔가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도롱이벌레였다. 어렸을 때 TV나 책에서 봤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나무마다 엄청난 수가 달려 있었는데 보통 이런 벌레들은 새나 다른 벌레 등 천적이 많아서 많이 잡아먹힌다고 한다.

 

도롱이벌레라는 이름은 사람이 짚으로 만들어서 두르는 도롱이라는 옷(?)이랑 저 벌레들이 만든 주머니의 모양이 비슷해서 붙여진 것이다. 검색해보니 성충은 작은 나방처럼 생겼는데 별로 이쁘진 않다.

 

애벌레들이 침엽수에게 해를 입히는 해충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위의 나무도 영양분을 많이 빨린 모습이다. 그래도 죽지 않고 잘 살아는 있었다.

 

아마도 정원 주인이 나무 관리를 별로 안 하나 보다. 만약 나였어도 관리를 안 하고 그냥 둘 것 같다. 곤충은 웬만하면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무가 시름시름 아픈 것도 싫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큰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뉴저지 에지워터에 있는 일본 마트 미쯔와에 가면 신기한 라면들이 많이 있다. 나는 라면도 좋아하고 처음 보는 걸 먹어보는 것도 좋아해서 틈만 나면 하나씩 사 먹어 보았다. 

 

이건 멘라쿠 히카리 麺楽 ひかり 야키소바. 우마미 소스가 들어 있는 아주 맛있는 라면이다. 우마미 소스는 내 일본 친구가 즐겨 쓰는 소스인데 감칠맛이 좋아서 요리할 때 필수라고 한다.

 

 

미타라시 당고 みたらし 団子.

 

쫀득쫀득 아주 맛있는 간식. 이렇게 포장되어 나오는 건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꽤 먹을만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도 많이 본 거라 더 맛있게 느껴졌다.

 

 

모찌모찌 도라야키 홋카이도 팥 もちもちどら焼 北海道 あずき

 

 

그냥 보이는 그대로의 맛인 것 같다. 토스터에 살짝 데워 먹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그냥 먹었다.

 

 

맛있는 간식은 늘 힐링이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다른 고민을 잠시 잊게 해 준다.

 

상처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 음식/맛집 탐방에 집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딘가 모르게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깔려 있는 듯하다. 남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먹방)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어디어디서 신제품이 나왔다고 하면 인터넷이 들썩인다.

 

모두 아픈 걸까... 나도 2017년 당시엔 음식에서 많은 위로를 얻었는데 그때의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아프지도 않고 나름대로 행복한데도 맛있는 음식을 힐링이라 느낀다. 예전만큼은 맛집이나 유행하는 음식에 집착하진 않지만 여전히 남들보다는 공들여서 찾는 편이다.

 

예전에 음식으로부터 얻은 힐링감, 따뜻함, 그런 걸 잘 알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응석 부리듯 맛있는 걸 찾게 된다. 열심히 찾아서 비로소 입에 넣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힐링을 얻는다.

 

이런 기분을 모르는 사람이 때로는 부럽다. 귀찮게 맛집을 가지 않고 음식을 찾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내 주위 어떤 사람은 나보다 한 천만 배는 더 힘든 일을 겪었는데도 전혀 음식에는 집착을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은 종교로부터 힐링을 얻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골프를 치면서 행복을 되찾았다.

 

지금 말을 하면서 보니 전혀 안 부럽다. 종교, 그림, 스포츠, 모두 생각만 해도 힘들게 느껴진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그런 걸 했다간 더 큰 스트레스를 얻게 될 것 같다.

 

역시 난 먹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게 제일 좋다. 먹는 것처럼 간단한 무언가로부터 큰 힐링을 얻을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많이 찾아 먹어야겠다. 나 자신을 위해 오늘도 맛있는 걸 먹었는데(양념 돼지갈비) 내일도 아주아주 맛있는 걸 찾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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