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초.
어떤 이의 앞마당에서 자라고 있던 식물에 꽃이 활짝 피었다. 겨우내 동네를 오가면서 이 풀을 봤을 땐 이런 꽃이 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환한 햇살을 받는 모습이 마치 빨간 루비를 뿌려둔 것 같았다. 반가운 늦봄의 서프라이즈였다.
점심으로는 가족과 함께 조지 워싱턴 다리 근처에 있는 한식당에 가서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아직도 있는 식당인지는 잘 모르겠다. 뉴저지 명동칼국수랑 가까웠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사람이 별로 없는 2층으로 가서 넓은 테이블에 앉았던 건 기억이 난다.
반찬으로 김치전이 나왔는데 무척 맛있었다.
돌솥비빔밥도 맛있었다. 불덩이처럼 뜨겁고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 있는 이런 돌솥비빔밥을 좋아한다. 가족과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집에 와서는 간식으로 크라운 국희 땅콩샌드를 먹었다. 자주 먹게 되는 과자는 아닌데 가끔 생각이 나서 사 먹게 된다. 드라마 국희의 영향도 꽤 있는 것 같다.
내가 국희를 시청했던 건 1999년이다. 그게 벌써 21년이나 지난 일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성인 국희 역은 김혜수가 맡았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아역인 박가령(당시 박지미)과 정선경의 아역 김초연의 연기다. (성인 연기자의 잘못이 아니라, 아역에서 성인으로 바뀔 때 아역을 더 못 보는 게 크게 아쉬운 드라마가 있는데 이 드라마가 그런 경우였다.)
참 재밌게 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드라마는 크라운 제과의 창업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뭘 보든 배경을 좀 알고 봐야 하는데 그 당시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과자 맛있겠다", "아역 연기 엄청 잘하네", "재밌다" 같은 단순한 생각밖에는 안 했다.
이런 드라마는 재방영해도 사람들이 볼 것 같은데 나만의 생각일까...
그러고 보니 한국 드라마 본지가 정말 오래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첨부터 끝까지 봤던 건 2016년에 MBC에서 방영된 이종석 & 한효주 주연의 드라마 더블유(W)였다. 적고 보니 너무 오래전이다. 그 이후에도 뭔가 보긴 봤을 텐데...
아, 생각났다. tvN에서 방영된 아이유 주연의 "나의 아저씨"도 봤다. 출연진 중에는 발음을 알아듣기 힘든 연기자도 있었고, 연기가 너무 어색한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유가 반짝반짝 빛이 나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한 4편 정도는 못 봤는데 어떻게 끝났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그 후로도 재밌는 드라마가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드라마를 보는 체질이 아니어서인지 잘 안 보게 된다. 미드나 일드는 잘 보는데 그 둘도 못 본 지 오래됐다. 쓸데없이 너무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느긋하게 드라마 보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